향유를 부은 여인 - 주연도 (2001-08-24)

향유를 부은 여인
A woman who poured a pound of perfume
요 12:1-8

유월절을 엿새 앞두고 베다니 마을 나사로 집에는 큰 잔치가 벌어졌
습니다. 그 잔치는 나사로를 살려주신 주님의 은혜에 감사 감격하여 나사
로의 누이들이 베푼 잔치였습니다.

나사로는 손님들과 함께 있고 마르다는 손님 대접하는 일에 바빴습니
다. 그런데 마리아는 주님의 발아래 엎드려 아주 비싼 순전한 향유 한 파
운드, 곧 한 옥합을 주님의 발에 붓고 자기 머리털로 그 발을 씻는 것이
었습니다. 그랬더니 향유 냄새는 온 집에 가득하였습니다.

그런데 이를 본 가롯 유다는 못마땅했습니다. 그 향유를 팔면 300 대
나리온의 돈은 받을 것인데 그 비싼 향유를 그렇게 낭비하느냐고, 그럴
바엔 팔아서 가난한 사람들에게 구제하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고 불만을
토로하였습니다.

얼른 듣기에는 가롯 유다의 말이 타당하고 一意가 있는 것 같이 들릴
것입니다. 경제를 제일로 생각하는 사람에게는 아주 옳은 말이라고 찬성
할 것입니다. 그러나 가롯 유다의 내심은 그것이 아니었습니다. 정말 가난
한 사람을 위한 마음이 있어서가 아니라 도적의 마음이었기 때문이었습니
다.

가롯 유다는 돈을 맡은 회계였습니다. 그러니 그걸 팔아 300 대나리온
을 예수님께 바치면 자연히 주님은 그 돈을 자기에게 맡길 것이요 그러면
얼마를 훔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였던 것입니다.

이에 주님은 마리아가 하는 대로 가만두어 라고 하시었습니다. 그러면
서 쉽게 이해할 수 없는 말씀 "나의 장사하는 날을 위하여 이를 두게 하
라"는 것이었습니다. 다시 말씀드리면 마리아의 도유(塗油) 행위는 예수님
의 장례를 위한 것이었다는 말씀입니다. 유대 관습에 시신에 향유를 부었
습니다.

그리고 주님은 가난한 사람은 항상 있기 때문에 언제든지 마음만 있
으면 그들을 도울 수 있지만 당신은 그렇지 못하다고 하시었습니다. 이는
주님이 십자가를 지시고 죽으신 다음 부활 승천하실 것을 예고하신 말씀
인 것입니다.

우리는 이 사건에서 마리아를 배웠으면 합니다. 마리아 같이 주님을
믿고 사랑하고 섬겨야 합니다. 마리아의 주님에 대한 감사와 사랑, 그리고
겸손의 태도와, 헌신의 행위를 본받았으면 좋겠습니다.

첫째로 마리아의 자세를 봅니다.
마리아는 예수님의 발아래 엎드렸습니다. 주님의 발에 향유를 붓고 자
기 머리털로 그 발을 씻었습니다. 이는 마리아의 최고의 겸손과 섬김의
자세였습니다.

당시 관습으로는 자기 집에 온 귀한 손님의 머리에 향유 몇 방울을
떨어뜨리는 것으로 족했습니다. 그러나 마리아는 향유를 예수님의 발에
부었고 그 발아래 엎드려 자기 머리털로 주님의 발을 씻고 닦았습니다.

당시 유대 사회에서 여인의 머리털은 그 여인의 인격을 상징하는 것
이었습니다. 따라서 마리아가 자기 머리털로 주님의 발을 씻었다는 것은
그녀가 주님을 위해 모든 수치심마저 잊고 자기의 전 존재를 주님께 드렸
음을 의미합니다. 자기의 모든 인격을 주님의 발아래 내려놓았음을 의미
하는 것입니다.

존귀하신 주님 앞에 자신은 비천한 계집종에 불과하다는 것이지요. 눅
10:39에 보면 마르다는 주님을 위해 음식을 준비하고 있는데 마리아는 예
수님의 발아래 앉아 주님의 말씀을 경청하였다고 했습니다.

그렇습니다. 주님에 대한 인간의 자세는 곧 주님에 대한 경외심을 나
타내는 것입니다. 거룩하신 하나님 앞에 죄 많은 나, 창조주 앞에 피조물
인 나, 당신의 생명을 주시고 죄값으로 죽었던 나를 살리신 주님 앞에 나
자신을 생각한다면 어찌 감히 주님의 발아래 엎드리지 못하겠습니까?

그런데 우리는 너무나 방자하지는 않습니까? 바리새인처럼 말입니다.
성전에서 예배당에서 말이며 행동이 방자하지 않느냐 말입니다. 주님께
예배를 드리는 자세며 복장이며 마음가짐이 과연 경건하며 겸손한가? 하
는 것입니다.

엔덜선이란는 화가가 그린 "승천"이라는 그림이 있습니다. 그 그림은
예수께서 승천하시면서 두 손을 들어 제자들을 축복하시는 그림인데 이상
하게도 이 그림을 벽에 붙이고 서서 보면 그 그림이 옳게 보이지 아니한
다고 합니다. 그러나 그 그림 밑에 가서 꿇어앉아서 우러러보면 그림의
내용을 환하게 알 수 있고 뜻도 분명해 진다는 것입니다.

우리 주님의 진리가 그렇습니다. 우리의 자세가 어떠냐에 따라서 주님
의 진리를 얼마나 이해하고 소유하느냐가 결정이 된다는 말씀입니다.

주님은 자기를 부인하고 자기 십자가를 지고 따르라고 하셨습니다. 자
기를 부인하는 자세, 자기를 낮추는 자세, 이것이 주님을 참으로 경외하는
믿음의 자세요 은혜와 복을 받은 자세인 것입니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로
부터 환영과 사랑을 받는 자세인 것입니다.

이 겸손의 자세, 섬기는 모습이 주님의 태도였습니다. 주님이 이 세상
에 오셔서 보여주신 자세가 종의 자세였습니다. 거룩하신 창조주 하나님
이 인간이 되셨습니다. 종이 되셨습니다. 말구유에 오셨습니다. 죄인들의
손에 의해 십자가에 죽으셨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주님을 믿는다면서 왜 낮아지지 못하는 것입니까? 왜
나를 내세우고 높아지려고만 하는 것입니까? 그것도 주님을 오래 믿는다
는 사람들이 말입니다. 우리는 마리아를 본받아야 합니다.

둘째로 마리아의 사랑을 봅니다.
마리아 가족은 주님께서 죽은지 나흘이나 된 나사로를 살려 주신 일
에 대해 감사 감격해서 주님을 모시고 잔치를 베풀었습니다. 아마 보통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 정도는 마땅히 행할 일이었을 것입니다.

어떤 가정에 죽었다가 다시 산 사람이 있다면, 자기 부모나 자식이나
형제나 누이나 자매를 죽음에서 살려준 일이 있다면 그 가정의 식구들은
가만히 있을 수 없을 것입니다. 반드시 살려주신 분에게 어떤 모양으로든
감사해야 할 것입니다. 그러니 나사로 집에서 주님을 모시고 잔치를 베푼
것은 크게 감동이 되는 일이라 말할 수 없을 것입니다.

감동은 마리아의 사랑의 행위에 있습니다. 마리아는 지극히 비싼 향유
곧 순전한 나드 한 근을 예수님의 발에 부었습니다. 그러니까 순수한 향
수 한 파운드, 막 14:3에는 "한 옥합"이라고 했습니다. 그 값은 가롯 유다
가 말한 대로 약 300 대나리온 치였습니다.

당시 노동자 한 사람의 하루 품삯이 1 대나리온 이었으니까 1년 수입
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여하튼 적은 값이 아닙니다. 별로 부자가 아닌
마리아에게는 그의 소유의 전부였을 것입니다. 그것을 주님의 발에 다 부
었으니 모든 것을 돈으로 따지는 가롯 유다를 비롯해서 제자들은 낭비한
다고 생각했던 것입니다.

그러나 주님을 사랑하는 마리아에게는 그것이 낭비라고 생각되지 않
았던 것입니다. 마리아는 자기가 갖고 있는 가장 값진 것을 모두 주님을
위해 썼던 것입니다.
여러분, 머뭇거리면서 그 대가를 계산하는 따위의 사랑은 사랑이 아닙
니다. 사랑은 계산하지 않습니다.

키엘케고르는 "참된 사랑은 상대방의 사랑을 어떠한 계산으로 측정하
지 않고 그러한 것을 계산할 기회도 가지고 있지 않다"라고 하였습니다.
부모가 자식을 사랑함에도 그렇지 않습니까? 무슨 계산을 합니까?

그리스도의 사랑이 무엇인지를 모르는 사람은 그리스도의 십자가를
무모한 것이요 고귀한 피와 생명의 낭비라고 밖에 볼 수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 십자가의 사랑이 인류를 죄악에서 구원했던 것입니다. 그리스
도의 십자가는 죄인들을 구원하기 위한 하나님의 사랑의 낭비였던 것입니
다.

사랑은 자기의 모든 것을 다 줍니다. 주고 또 주고 또 주고싶은 것입
니다. 사랑의 슬픔은 이제 더 이상 줄 것이 없다는데 있는 것입니다. 참
사랑은 헌신적이요 희생적인 것입니다.

오 헨리의 크리스마스 선물이라는 단편소설이 있습니다. 짐과 델라라
고 하는 젊은 미국인 부부가 있었습니다. 그들은 매우 가난했지만 서로가
깊이 사랑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들은 각기 한 가지 보물을 갖고 있
었습니다.

델라는 긴 머리칼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머리칼은 그녀의 영광이었습
니다. 그 머리를 밑으로 내리면 그것은 마치 긴 드레스와 같은 것이었습
니다. 남편 짐은 아버지께로부터 이어받은 금시계를 갖고 있었습니다. 그
것은 그의 자랑이었습니다.

바로 크리스마스 전날 델라는 짐에게 무엇인가 선물을 하려고 생각하
고 있었는데 그녀에게는 1달 87센트밖에 없었습니다. 그녀는 고뇌 끝에
자기가 할 수 있는 단 한 가지 일을 생각해 냈습니다. 델라는 자기 머리
를 팔아 20불을 받았습니다. 그것으로 남편 짐의 시계를 위해 백금 시계
줄을 샀습니다.

직장에서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는 남편 짐은 아내 델라에게 줄 선
물을 샀습니다. 짐은 가진 돈이 없어서 자기 시계를 팔아 아내의 머리에
아름답게 보일 값진 머리 빗을 사서 들고 노래를 부르며 집으로 왔습니
다.

드디어 크리스마스 저녁이 되었습니다. 남편은 아내에게 머리칼이 없
는 머리 빗을 선물했고, 아내는 남편에게 시계 없는 시계 줄을 선물했습
니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었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그렇게 행복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 두 사람은 각기 자기가 갖고 있는 가장 귀한 것을 주었기 때문이
었습니다. 아니 자신들의 가진 모든 것을 주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저들은
참으로 사랑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주님은 마리아의 행위를 기뻐 하셨습니다. 그것은 그의 사랑이 듬뿍
담겨있는 희생적인 행위였기 때문이었습니다. 주님을 사랑하는 마음이 없
으면 그렇게 비싼 향유를 하나도 남김없이 부을 수 없었을 것입니다. 주
님이 기뻐 받으신 것은 값비싼 향유 그 자체보다 그 여인의 마음과 정성
이라고 봅니다.

그런데 우리는 주님을 얼마나 사랑하고 있습니까? 나를 구원해 주신
주님, 살려주신 주님에 대해서 얼마나 사랑을 표현하고 있는가 하는 것입
니다. 우리는 돈 몇 푼도 아까워서 벌벌 떨고 인색하지 않습니까?

우리가 드리는 헌금은 소유의 전부가 아니라 참으로 적은 수입의 극
히 일부가 아닌가 한번 돌아보아야 하겠습니다. 사랑과 감사 그리고 헌신
하는 마음에는 비싼 것도 아까울 것이 없습니다. 그러나 사랑과 감사 헌
신의 마음이 없으면 작은 것도 아깝기 그지없습니다.

셋째로 마리아의 헌신을 봅니다.
주님의 발에 그 비싼 향유를 전부 부었다는 사실만 보아도 주님을 향
한 마리아의 사랑과 감사의 마음이 어떠했는지를 우리는 능히 짐작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만일 마리아의 행동이 여기서 끝났다면 본문이 주는 감동은
그다지 크지 않았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비록 그 향유가 비싼 것이라고는
하지만 이는 돈만 있다면 얼마든지 살 수 있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참으로 마리아의 감동적인 행위는 향유를 주님의 발에 붓고
자기 머리털로 닦았다는 것입니다. 당시 유대 사회에서는 귀부인은 머리
를 동여매지 않고 공중 앞에 나서는 일이 결코 없었습니다.

여성은 결혼한 그 날에 머리를 매어 올렸습니다. 그리고는 두 번 다시
머리를 길게 풀어 내린 모습으로 공중 앞에 나서는 일이란 없었습니다.
머리를 동여매지 않고 공중 앞에 나가는 것은 부도덕한 여자의 표징이었
습니다. 다시 말하면 당시 여성의 머리털은 그 여인의 인격을 상징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마리아는 머리를 풀고 그 머리털로 주님의 발을 닦았습니다.
주님을 위해 자신의 명예 인격 모두 내려놓았습니다. 주님을 위한 것에는
모든 수치심마저 잊었습니다. 자기 전 존재를 주님께 드렸던 것입니다. 이
얼마나 위대한 행동입니까?

우리 주님이 우리를 위해 그랬습니다. 그 거룩하시고 존귀하신 하나님
이 가진 수치와 멸시 그리고 고통을 다 당하시면 서도 그 입을 열지 아니
하셨습니다. 주님의 인격 명예 모두 내려놓으시고 전부를 우리를 위해 주
셨습니다.

주님은 마리아의 마음과 정성이 가득한 행위를 기뻐 받으셨습니다. 주
님은 당신의 장례를 위한 행위였다고 더욱 큰 의미를 부여해 주셨습니다.
막 14:9에는 "복음이 전파되는 곳에는 이 여자의 행한 일도 말하여 저를
기념하리라"고 하셨습니다.

마리아의 사랑과 감사와 헌신의 행위는 접대 차원을 넘어 메시아 구
원 사역의 절정인 십자가 사건과 연결시킨 것입니다. 주님은 인간의 온전
한 헌신을 높이 평가하시고 더 크게 사용하심으로써 드린 자를 영화롭게
해 주시는 주님이심을 볼 수 있습니다.

예컨대 어린아이가 드린 보리떡 5개와 생선 2마리로 5천명을 배불리
먹이시는 기적을 행하셨습니다. 그 소년도 배불렀고 그 소년의 행위는 천
추에 빜나는 헌신의 한 모델이 되었던 것입니다.

오늘 본문에는 향유의 냄새가 집에 가득했다고 했습니다. 그러니까 모
든 사람의 기분이 좋았습니다. 그러나 가롯 유다는 이를 비난했습니다. 그
렇습니다. 주님을 위한 선한 행위도 때로는 오해와 비난의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결코 주저해서는 안 됩니다. 주님을 사랑한 헌신적인 행위는
영원히 아름답게 빛나게 되는 것입니다. 주님은 이를 결코 잊지 않으십니
다.

여기에는 두 가지 뜻이 있습니다. 하나는 문자 그대로 향수의 냄새가
온 집에 가득하여 사람들을 즐겁게 했다는 것이요, 다른 하나는 이 고귀
한 행실은 온 세계 사람들에게 큰 감동과 교훈이 되었다는 것입니다.

마리아의 사랑 넘치는 행실을 목격한 사람들은 감동적인 추억으로 영
원히 간직했다는 것입니다. 고귀한 행실은 시간이 흐른다고 사라져 버리
지 않습니다. 사랑의 이야기는 이 세상에서도 가장 오래 가는 불멸의 이
야기가 되는 것입니다. 예컨대 춘향전에 나오는 춘향이 같은 사랑 이야기
말입니다.

하지만 한편 가롯 유다에게서 우리 인간들이 사물을 보는 방법이 얼
마나 편벽 되어 있는가를 보게 합니다. 가롯 유다는 방금 그 유례가 없는
사랑의 행동을 눈앞에 목격하고서도 그것을 낭비라고 비난했던 것입니다.

그는 비참한 사람이었습니다. 따라서 그는 비참한 견해를 갖고 있었습
니다. 인간의 판단은 그 사람 속에 들어 있는 것에 의존되어 있는 것입니
다. 자기의 경험 지식 그리고 자기 능력의 범위 안에서만 사물을 볼 수
있을 뿐입니다.

우리들은 어떤 사람이 좋아지면 그 사람은 그릇된 일을 못한다고 생
각합니다. 그러나 누군가를 싫어하게 되면 그 사람이 아무리 훌륭한 일을
해도 우리들은 그것을 나쁘게 해석해버리고 맙니다. 우리들이 냉소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으면 아무리 좋은 일을 했다고 하더라도 좋지 못한 동기
로써 그것을 했다고 과소 평가해 버리고 만다는 말입니다.

하지만 우리들이 고매한 정신, 아름답고 선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면
그 어느 누구에 대해서도 나쁘게 생각하지는 못할 것입니다. 우리는 가롯
유다와 같은 생각을 가져서는 안 될 것입니다.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우리는 마리아와 같은 마음을 가지고 주님을
사랑하고 섬기고 헌신해야 합니다.

우리는 모두 그의 겸손, 섬김의 자세를 본받아야 합니다.
우리는 모두 마리아의 자기 소유의 전부를 준 참 사랑을 본받아야 합
니다.
우리는 모두 마리아의 자신의 전부를 내려놓는 헌신을 본받아야 합니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