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풍 속의 그리스도 - 이석권 (2002-08-24)

성경: 마8:23-27
제목: 폭풍 속의 그리스도

예수와 그의 제자들이 배를 타고 갈릴리 호수를 건널 때 큰 풍랑을 만났습니다. 갈릴리 호수는 남북 길이가 20km, 동서의 길이가 12km 가량 되는 담수호로 해 면보다 낮은 분지이기 때문에 사면에서 기압 관계가 빨리 변하고 바람과 회오리바람이 잦아서 배를 뒤집어엎는 사고가 종종 일어나는 곳입니다. 예수의 일행이 이곳을 건널 때에 풍랑이 인 것도 주변의 기후 영향을 받아서 일어난 흔한 일이었습니다. 그런데 예수 님께서는 배를 뒤엎는 격랑 속에서도 주무셨을 뿐만 아니 라 바다를 꾸짖어 잔잔하게 하셨습니다. 그래서 마태는 그 감격과 놀라움을 '이 어떠한 사람이기에'라고 표현하였습니다.

구약 성경에서 자연의 이적 중 가장 크고 처음 일어난 일은 세상의 창조입니다. 히브리인들은 성경에 기록된 것으로 세상 창조를 알게 되었지만 그들은 성경이 기록되기 전부터 주변에서 일어나는 놀라운 자연적 현상을 통해서 모든 존재의 기원과 근거가 되는 하나님의 존재를 느꼈습니다. 특히 히브리인들은 자연을 지으 신 하나님께서 자연을 다스리는 권세를 가지셨으며 그 중 일부를 인간들에게 부 여하셨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므로 자연의 경이로운 현상은 각각 하나님의 계시를 나타내는 것으로 간주했습니다.

예수께서 물을 잔잔하게 하신 사건은 신앙의 눈으로 보면 아주 당연한 일 입니 다. 왜냐하면 세상을 창조하신 분이 자신의 피조물 중 하나를 다스리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또한 역으로 당시 제자들에게 얼마나 큰 놀라움을 안겨 주었는 지를 짐작하게 합니다. 제자들은 풍랑으로 두려워했던 것보다 더 많이 두려워했을 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그들은 이 경험을 통해서 예수의 인격과 신적인 능력에 대 한 경이를 가졌을 것이고, 따라서 이 사건은 신앙의 계기가 되었을 것입니다. 이처럼 예수 님께서는 몸소 자연을 다스리는 일을 실행하심으로써 제자들에게 자신의 신적 권위를 가르쳐 주시고 신앙의 계기를 마련하셨습니다.

⑴,주무시는 그리스도
예수 님과 제자들이 배를 타고 호수를 건너가고 있었습니다. 예수 님과 제자들 이 탄 배는 베드로의 조그마한 어선이었습니다. 예수 님과 그 일행이 탄 배가 호 수를 건너던 도중 큰 풍랑을 만난 것입니다. 거센 물결로 배가 덮이게 되었는데도 예수 님은 계속 주무시고 계셨고 폭풍 속에서도 주님은 깨지 않으셨습니다. 바다 의 놀은 큰 지진으로 바다가 밑바닥부터 움직였다는 뜻으로 거센 풍랑이 일어나 수면이 거세게 요동하는 상태를 시적으로 표현한 것입니다. 갈릴리 바다는 해면보다 206m가 낮은 데다가 주위에는 그와 반대로 높은 산들로 에워싸였기 때문에 이 런 풍랑이 갑자기 일어나고는 또 갑자기 진정되는 등기상 변동이 심한 곳입니다.

노한 바다에서 예수 님과 제자들이 풍랑에 시달린 것은 인류의 조상을 실은 방주의 표징이고 악의 바다인 세상에 있는 교회의 모형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죽은 심령으로 풍랑 중에서 잔 요나 와는 대조적으로 예수 님은 맑은 양심에서 주무셨 습니다. 요나의 승선은 위험을 가져왔고 예수 님은 구원을 가져왔습니다. 예수 님 은 세상에서 머리 둘 곳이 없으셨는데 풍랑 중 배의 고물에 머리를 두시고 주무 셨습니다. 이처럼 일정한 거처가 없었던 예수 님은 도처에 안면의 거처를 가지셨 습니다. 이러한 예수 님을 마음에 모신 자도 또한 풍랑이 높은 세상의 어디에서도 안위할 수 있는 은혜를 받을 것입니다. 폭풍 가운데서도 주무시는 예수 님을 본받아 성도들은 험한 세상의 풍랑과 폭풍 속에서도 의연한 신앙 인의 삶을 살아야 합니다.

그런데 휴식을 취하시는 그리스도와는 대조적으로 제자들은 두려움에 떨었습니 다. 제자들이 두려워했다는 말의 직역은 '비겁함' 입니다. 하나님이 당신의 아들이 이런 풍랑으로 시달리게 그냥 내버려두실 리는 없었으므로 이 풍랑은 우연한 것 이 아닙니다. 예수 님은 이 기회를 이용해 당시 제자들의 믿음이 얼마나 약하고 보잘 것이 없는가 하는 점을 직접 확인케 하셨습니다. 성도는 두려워하는 비겁한 신앙을 버리고 세상의 모든 풍랑 속에서도 초연하게 주무시는 예수 님을 본받아 야 하겠습니다.

⑵,꾸짖으시는 그리스도
제자들 중에는 익숙한 어부가 몇 사람 있었습니다. 어부가 바다에서 목수에 불과한 예수께 구원의 도움을 요청했다는 데 적기는 하나 믿음을 볼 수 있지만 그 것은 순간적으로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서 예수 님을 찾는 얄팍한 신앙 상태를 보여주는 것이기도 합니다. 풍랑 중에서 주무시는 예수 님과 무서워하여 당황하면서 예수 님을 깨우는 제자들간에는 큰 대조가 보입니다.

신상의 평정이 깨어질 때에는 반드시 공포가 따릅니다. 인간들은 흔히 공포증으로 죄를 짓게 되는데 공포 그 자체가 신앙의 낙오에 대한 증거일 수는 없지만 마음의 평정을 깨뜨리고 하나님의 약속을 믿지 못하게 될 정도로 불안해 할 때는 확실히 잘못된 것입니다. 성도들도 그리스도 앞에 도움을 요청할 때가 많습니다. 그러나 온전한 확신과 믿음 위에 서서 도움을 요청할 때는 응답을 받지만, 여전히 두려움 가운데 있으면서 위기를 모면하려는 방책으로 도움을 요청할 때는 책망을 받을 것입니다. 성도들은 확고한 믿음 위에 서서 주님의 도움을 간 구해야 하며, 간 구한 것은 반드시 받은 줄로 믿어야 합니다. 믿음이 우리를 구원하기 때문입니다. 히브리서 기자는 믿음을 바라는 것들의 실상이라고 했습니다.

무서워하는 것과 믿음이 적은 것은 동의어로 밀접한 관계를 가집니다. 왜냐하면 예수 그리스도를 의지하는 믿음이 부족할 때 무서워하는 마음이 생기기 때문 입니 다. 믿음이 아주 없는 자는 무지의 담력을 가집니다. 오히려 믿음이 적을 때 무서움이 생기게 되는 것입니다. 실제로 문제는 밖에서 오는 풍랑이 아니라 마음속에 서 일어나는 믿음이 없는 두려움의 풍랑입니다. 제자들이 그리스도의 신령한 능력 을 확신하며 당황하지 않고 조용히 도움을 요청했다면 이들이 믿음에 대한 증거 가 되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들은 당황과 경악 속에 주님께 구원을 요청해 믿음 의 부족을 책망 받았습니다. 그러나 예수 님의 책망은 신앙을 바로 세워 주고 믿음을 더욱 굳게 해 주는 촉진제입니다.

⑶,다스리시는 그리스도
예수 님은 폭풍을 꾸짖으셨습니다. 이는 예수 님의 기이하고 권위적인 행동 입니 다. 주님의 이러한 권위는 만물을 지배하시는 조물주의 권위입니다. 바로 혼돈 상태에 있던 천지를 향해 '빛이 있으라' 하신 그 권위입니다. 그리스도는 바다에게 평화를 명하셨습니다. 그리스도는 무인격 적인 자연에게까지 말씀의 능력을 발휘하시는 분입니다. 폭풍을 꾸짖으시는 사실을 통해 예수 그리스도는 자연현상까지 도 자유자재로 다스릴 수 있는 초자연적인 능력을 가지셨음을 알 수 있습니다. 즉 그리스도는 만물의 주인이십니다. 우리는 폭풍을 꾸짖으시고 다스리시는 그리스도를 따르면서도 세상을 향해 담대하지 못할 때가 너무 많습니다. 그리스도의 권세 는 온 세상을 다스리십니다. 우리는 그것을 믿어야 합니다. 그리고 세상을 이기신 그리스도를 본받아 성도 또한 세상을 향해 강하고 담대하게 대처하는 삶을 살아 야 합니다. 주님께서는 승천하시면서 이러한 권세를 우리에게 부여하셨으며 또 우 리가 그와 같이 살기를 바라십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단 한 번의 명령에 바람과 바다는 순종했습니다. 두려움과 무서움으로 겁에 질려 있는 제자들은 이러한 예수 님의 초자연적인 이적을 보고 기 이 히 여겼습니다. 고기잡이를 하면서 심한 폭풍을 여러 번 겪었지만 사람의 명령으로 놀이 잔잔해지는 일은 처음 보았던 것입니다. 예수 님이 단순한 사람에 불과 하다면 이 기적은 절대로 설명될 수 없습니다. 큰 풍랑 끝에 큰 고요가 왔습니다.
예수 님의 단 한 번의 명령이 성난 자연을 평정시키셨습니다. 예수 님의 말씀은 성도의 고민하고 번민하는 심령에 고요와 평화와 안식을 회복하여 줍니다.

폭풍을 다스리시는 그리스도의 명령에 순종하는 바람과 바다의 겸허함을 보면 서 이 땅 위의 인간적인 불순종의 과오들을 돌이켜 보아야 합니다. 이 이적과 제 자들의 기이하게 여김에서 그리스도의 신성이 입증됩니다. 하나님의 아들로서 이 땅에 오시어 죽을 수밖에 없는 인간들을 위해 전 생애를 희생하신 예수 그리스도 앞에 우리는 무엇을 해 드리고 있는지 반성해야 합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예수 그리스도의 명령에 즉각적으로 순종하는 것입니다.